도서정리/작법

트라우마 사전 (1) '감정적 상처'

kkulding 2023. 5. 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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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할 부분이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굉장히 좋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트라우마(감정적 상처)로 인한 후유증이나 심리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고, 트라우마 극복 부분은 인간중심 상담이나 인본주의 심리학에 자주 나오는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이론에 근거하여 욕구 단계의 충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가 제시한 방어기제 내용도 나와 굉장히 반가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심오한 심리적 요인들을 통해 캐릭터를 구상하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이 기술되어 작가 지망생 분들에게 굉장히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책의 분량은 500페이지 정도이며, 내용 구성은 책의 주제에 대한 개념이 서술된 서문이 약 90페이지, 나머지 405페이지는 트라우마의 종류에 따른 스토리의 서사, 또 다른 나머지 5페이지는 상처의 순서도, 인물호 발전 툴,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대한 시놉시스 툴의 내용인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문에서는 욕구의 불충족 사례를 통해 발달되거나 형성될 수 있는 
개인의 사고, 성격, 가치, 태도 등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며 추가로 이런 심리학적 개념을 근거로 주인공과 악당의 인물호를 대비하여 설명해줍니다. 또한 이런 캐릭터들의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스토리의 서사를 어떻게 창조하고 구성할지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내용으로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다음으로 405페이지 가량의 '트라우마 종류에 따른 스토리의 서사'는 구체적인 특정 상황에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트라우마 또는 감정적 상처의 원인)의 결과로써 훼손 당하는 욕구,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믿음(the lie), 가질 수 있는 두려움(fear), 가능한 반응과 결과들, 형성될 수 있는 성격특성, 상처가 악화할 수 있는 계기,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에 대하여 다양한 예시들로 서술되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페이지의 부록은 작품의 인물 창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줍니다.

※ 책의 내용(505p)이 많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용들인 13p에서 서문의 내용들(105p)을 3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통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이야기의 예술성.
트라우마는 주인공, 멘토, 조연, 연애 상대, 악당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 이들의 동기를 규정하고, 나름의 목표로 이야기를 몰고 갑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떠올려 보고, 과거의 상처가 이들의 성격, 태도, 편견, 행동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으며, 캐릭터 심리의 깊은 층위를 이해하고 트라우마가 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알게 됩니다.



작가들을 위한 자기 관리법.
- 마음이 편한 장소에서 이 책을 보라.
많은 작가가 사람들로 붐비는 커피숍이나 도서관에서 작업하거나 심지어 집단 집필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상처를 파고들 때면,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며 불현듯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잠깐 숨을 돌리며, 감정을 개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편이 좋습니다.
- 글을 쓴 다음에는 휴식을 취하라.
캐릭터가 겪은 힘든 경험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약속 시간 직전이나, 점심시간에 고통스러운 내용을 다루는 일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을 쓴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차분히 한 다음에 현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 필요한 만큼 휴식을 취하라.
감정적으로 힘들다면 산책하고, 소중한 것을 안아 주고, 특별한 간식을 먹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향초를 켜고, 다 쓰면 불을 끄는 등의 습관도 좋습니다. 글에서 감정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 다른 일에 신경 쓸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켜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기의 깊이는 캐릭터에게 나옵니다.
이 책은 캐릭터들이 입은 감정적 상처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고통을 주는 온갖 다양한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고통이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트라우마로 인한 성격의 발달 등 현실적인 기제와 상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의 예시 또한 풍부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글을 쓰는 작가에게 캐릭터의 성격과 미세한 언행 등을 창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인간 심리가 어떤 행위로 떠오르는지 디테일한 설명으로 보여주는 것은,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취할지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있어 최고의 학습입니다.

책의 시작은 우리가 왜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매료되는지를 시작으로 캐릭터의 깊이성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듀나
(영화 평론가/
SF 작가)
 '모든 허구의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 사람들보다 복잡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독자에겐 그들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예술이 그렇다. 이야기꾼의 예술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잘라내느냐에 달려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는 지루한 것이 잘려 나간 인생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현실 속 사람들의 지겨움과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아주 드물게만 접할 수 있는 압축된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몇몇은 현실의 구질구질함을 가볍기 초월했기 때문에 인기를 얻습니다. 우리가 허구의 캐릭터(명탐정, 슈퍼히어로, 상상 속의 재벌과 왕족들 등)에 쉽게 매료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임에도 캐릭터가 진정성을 갖추지 못해, '맥락'을 제시하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각주:1] 팬픽을 예로 들자면, 팬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반쯤 허구인 스타의 표면적 특성만을 강조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람처럼 움직이기 위해 꼭 필요한 복잡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으며 소설의 캐릭터와 실제 모델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넓어집니다. 따라서 표면의 이미지와 이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욕망만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살아 숨 쉬지 않으며, 진정성을 갖추기 힘듭니다. 이런 이야기는 특정 스타의 팬들에게만 기쁨을 주는 오락적 기능을 할 뿐,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캐릭터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심심풀이로 재밌고 가벼운 이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더 복잡한 세계에서 더 복잡한 이유와 동기로 존재하는 캐릭터를 창조해 섬세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트라우마는 섬세한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 캐릭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장애물에 대처하는 자세는 그 캐릭터의 과거와 맞닿아 있으며 특히 가장 강력한 기제입니다. 독자가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해 이야기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기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트라우마라는 기제를 알아보기 전에 큰 틀이 되는 '이야기'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삶과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를 다른 사람의 삶으로 데려가 그 사람의 삶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이야기 속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보고 싶어하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싸우고, 환상적인 장소를 찾고, 로맨스의 상대를 발견(또는 재발견)하면서, 우리의 삶과 비슷하거나 다른 캐릭터의 여정을 한 걸음씩 따라갑니다.
이처럼 지루하고 스트레스로 가득 찬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락적인 요소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내서 읽는 '이야기'란, 이보다는 더 의미 있는 설정을 갖추고 우리의 감정, 희망, 욕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유는, 이야기가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하고 중요한 정보, 사상, 믿음을 전승하며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현실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며, 이 거울은 독자들이 자신의 심연을 안전하게 들여다 보게 해 줍니다. 캐릭터가 어려운 선택, 고통스러운 결과, 힘들게 얻은 성과와 마주할 때, 독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이켜 봅니다. 또한 캐릭터가 힘든 상황, 도덕적인 난제, 파괴적인 변화와 맞닥뜨려 싸우고 이겨내는 일들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들이 원하던 맥락을 얻습니다. 인생을 좀 더 잘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각자도 마음 깊은 곳에 어느 정도 망가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피폐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향해 가는 캐릭터의 내적 여행에 대해 공감합니다. 우리는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원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을 발견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욕망을 이루려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를 과거에 묶어 두고 있는 것들, 다시 말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두려움과 고통을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놀랍게도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캐릭터 하나를 반드시 찾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 경험은 언제나 마법같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삶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욕망, 욕구, 신념, 감정 등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가치 있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캐릭터가 가진 '감정적 상처'입니다.

감정적 상처란 무엇인가?
자라면서 예상치 못했던 어떤 일, 불쾌하게 놀라웠던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학창 시절에 누구보다 잘하는 특기가 있지만 관심을 하나도 안 갖고 학업만 물어보시던 부모님과 식사할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대학 입학 합격점에 몇 점 모자랐을 떄의 느낌은? 회사 생활을 하다가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부모가 다른 형제, 저매의 성과를 추켜세웠을 때의 기분은?
여러분이 목표에 대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 입니까? 혹은 끔직하지만, 해 봤자 실패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 입니까?
불행하게도 삶은 고통스럽습니다. 삶에서 배웠던 교훈들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야기 속 캐릭터들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거나 겪었습니다. 여기서 괴로운 기억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통을 우리는 감정적 상처(emotional wound)라고 부릅니다. 이 상처는 가족, 연인, 멘토, 친구 혹은 그 밖의 신뢰하는 사람 등 흔히 가까운 사람들로 인한 경우가 많고, 오랫동안 낫지 않습니다. 상처의 원인은 어떤 특정한 사건,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 신체적 한계, 건강 상태, 혹은 난관에서 비롯되기도 하죠.
 이 상처들은 대부분 예기치 않게 생깁니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고도 잔인한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는 캐릭터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격을 크게 (흔히 부정적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또 다른 상처들을 유발하는 도미노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캐릭터에게 벌어진 일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다면, 작가는 캐릭터의 배경(backstory)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몇 달 전이나 몇 년 전에 겪었던 사건과 상황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의 내용들은 캐릭터의 행동과 동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감정적 상처라는 캐릭터의 배경은 특히 강력해서 캐릭터의 성격과 신념은 물론 그들이 가진 두려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벽한 형태를 갖춘, 설득력 있는 인물을 만들려면 이들이 경험한 고통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합니다.
보통 '트라우마'라고 하면 사람들은 캐릭터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특정한 순간을 떠올리지만, 사실 상처를 받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일회적인 트라우마 사건(single traumatic event)이 있습니다. 살인을 목격하거나, 눈사태에 갇히거나, 자녀의 죽음을 경험하는 경우 등입니다. 반복적인 트라우마 사건(repeated episodes of trauma)으로 받는 상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여러 번 괴롭힘을 당해 굴욕스러운 상황을 겪거나, 일연의 해로운 인간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각주:2] 지속적인 유해 환경(detrimental ongoing situation)도 캐릭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든지,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부모에게 어린 시절 방치되었다든지, 폭력적인 컬트 집단에서 자란 경우 등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러한 상처들은 육체적 상처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에게 지울 수없는 흔적을 남깁니다. 상처는 캐릭터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세계관을 바꾸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캐릭터가 바라던 목표를 이루기 힘들게 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캐릭터의 배경에 파고들어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그 트라우마의 그림자가 내면에 똬리를 틀고 앉아  캐릭터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며 행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1. 감정적 상처의 어두운 그림자 : 잘못된 믿음.
트라우마는 끔직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 운명의 잔인한 장난보다 더 캐릭터를 괴롭히는 것은 트라우마 안에 숨어 있는 잘못된 믿음(the lie)입니다. 잘못된 믿음은 논리적 오류로 도출된 결론입니다. 상처받기 쉬운 상태에 있는 캐릭터가 자신이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다가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려 버리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합니다.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사건을 처리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일찍 행동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또는, 어떤 대상에 환멸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 시스템(정부, 사회, 신 등)은 나를 저버리는가?' 같은 태도는 흔히 자책의 형태로 나타나 자신이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면, 다르게 선택했더라면, 다른 사람을 믿었더라면,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좀 더 안전하게 자신을 지켰더라면 다른 결과가 생겨났으리라는 믿음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믿음은 제한적 신념(disempowering beliefs[나는 자격이 없다. 무능하다. 결함이 있다. 가치가 없다 등의 믿음])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 믿음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캐릭터를 자기 파멸의 길로 안내합니다. 잘못된 믿음은 자존감은 물론 세계관과 자아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캐릭터를 과거에 얽매여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잘못된 믿음을 가진 캐릭터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고, 사람을 진심으로 믿지도 못하며, 마음껏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폴이라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폴은 결혼한 지 5년이 지나서 자신의 아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미 집, 대출금, 자녀 등 결혼한 사람에게 있을 만한 것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아내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 폴을 앉혀 놓고 비밀을 털어놓았을 것이다. 아니면 아내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성적 정체성을 찾아보려 하는 정황을 폴 자신이 발견했을 수도 있다. 어쩄든 자신의 배우자가 생각했던 바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폴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테고, 그의 미래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당장 폴은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고, 분노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충격이 사그라지면서 폴은 과거를 돌이켜 보며, 기억 속에서 자신이 놓쳤던 신호들을 찾을 것이다. "연애 초에 좀 더 깊게 보았더라면,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아니야, 나는 너무 멍청해서 눈치도 못 챘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단 자책하기 시작하면, 의심과 불안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작은 불씨에 기름을 들이붓는다. '내가 좀 더 훌륭한 배우자, 더 나은 연인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녀는 행복했을 테니까. 그러면 우리의 삶은 결혼 서약할 때 상상했던 대로 남아 있었을 텐데.'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폴이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상하거나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폴은 온통 자신의 단점만 보면서 경고 신호를 놓쳤고 남편으로서 실패했다고 자책하면서 상처를 내면화하였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내적 결함이 문제라는 결론까지 이르게 됩니다. 심지어 폴은 자신의 가치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안 되는 가치 없는 놈이야.' 급기야 다음과 같은 잘못된 믿음이 등장한다. '문제가 있는 족속은 결혼하면 안 된다.'
한번 만들어진 잘못된 믿음은 마치 곰팡이처럼 유독한 포자를 여기저기 내뿜습니다. 이 잘못된 믿음은 캐릭터의 내면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자존감을 훼손하고, 자신감을 파괴하며, 다시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만들어냅니다. 잘못된 믿음은 자신에 대한 의심이나 죄책감에서 비롯되며, 자신도 알고 있는 결점을 중심으로 만들어집니다.
상처가 깊게 내면화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시 폴의 일을 예로 들어보자면, 그는 인생을 비관하며 자신의 고통을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아무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혹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결국 상대를 떠날 핑계를 찾는다.' 등 세상 탓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잘못된 믿음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근거가 되며, 캐릭터가 보기에는 이 잘못된 믿음이 사실입니다. 과거에 얽매이고, 다른 사람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할 것입니다. 상처로 인한 부정적 교훈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결말을 확신하게 되고, 버림받거나 거절당하리라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잘못된 믿음은 불안과 두려움을 자양분으로 성장해 캐릭터의 행복, 성취, 내적 성장을 끊임없이 가로막습니다. 그러나 캐릭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목표를 추구하고, 행복을 다시 느끼길 바랍니다. 이 때문에 인물호(character arc) 안에서 목표를 이루려는 주인공의 노력과 잘못된 믿음은 서로 충돌하게 됩니다.[각주:3] 결국 주인공은 잘못된 믿음을 깨버린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보상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됩니다.

2. 뼛속까지 파고드는 두려움
두려움을 모르는 캐릭터라면 어떠한 감정적 상처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는 사람이나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현실적으로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강하고 용감한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트라우마가 된 상처의 원인은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건일 수도 있고, 외모가 추하게 훼손되는 사고일 수도 있으며, 올바른 일을 해야 했을 때 그러지 못했던 수치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상처가 주는 고통은 주인공을 점차 약하게 만들면서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fear)을 갖게 합니다. 이 강력한 두려움은 주인공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아야 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도록 만듭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저 골목으로 가면 강도를 당하지 않을까?' '아이들끼리 뒷마당에서 놀아도 안전할까?' 두려움은 우리의 생존 본능이며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감정적 상처를 둘러싼 두려움은 생존 본능과는 다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위험이 사라지면서 두려움도 같이 사라지지만, 감정적 상처로 인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자기 의심을 바탕으로 증식을 반복합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캐릭터는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되기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또 다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고통이 반드시 다시 일어나리라고 확신하며, 그 밖에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이제껏 중요했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며, 그 고통을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는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처럼 두려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두려움이 깊은 사람은 감정적 보호막(emotional shielding)을 만듭니다. 이 파괴적인 보호막은 캐릭터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사람들 혹은 상황 사이에 세우는 장벽을 뜻합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피하려고 걸치는 감정 갑옷(emotional armor)인 셈이죠.
보호막 또는 갑옷인데, 어째서 파괴적인 걸까요? 그건 바로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 결함, 자기 제한적 태도, 잘못된 믿음, 문제행동과 같은 부정적 요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려운 캐릭터의 마음에는 감정적 보호막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는데, 작가는 그 두려움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캐릭터가 불편해하는 상황이 무엇일지, 그 상황을 피하려고 어떻게 행동할지도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두려워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상황이 불편해 멀리하거나 아예 만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자수성가한 외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은밀하게 권력과 지배력을 추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냉담하고 무자비해져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캐릭터가 두려움을 해결할 수단으로 회피(avoidance)라는 감정적 보호막을 사용한다면, 캐릭터는 두려움에 갇혀 버립니다. 엄습하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가까운 사람의 안전을 지나치게 걱정하며 속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계기조차 허용하지 않게 되므로 매사 부정적인 태도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결핍된 욕구를 무시하면서, 꿈꾸던 삶을 살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 심한 고통을 받습니다.

감정적 상처의 후유증
인생이란 고통을 통해 교훈을 주는 스승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고통을 겪은 캐릭터는 감정 갑옷을 입고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성격 결함, 편견, 나쁜 습관 등은 캐릭터가 겪어야 했던 힘든 순간들의 결과인 셈이죠. 따라서 작가는 이 힘든 순간들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인공이 직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트라우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이야기를 잘 풀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와 상처로 인한 잘못된 믿음은 캐릭터의 내면뿐 아니라 행동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캐릭터가 자신을 보는 방식
잘못된 믿음은 캐릭터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생각, 행동, 판단에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독학한 음악인이 자신이 멍청하고 재능이 없다고 믿게 되면, 사람들의 조롱과 조소가 두려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상황을 피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열정을 추구할 기회도 잃어버릴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 말에 따라 살려고 할 것입니다.
캐릭터의 잘못된 믿음 인물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건강한 자아관과 세계관을 얻기 위해 캐릭터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는 자아관을 바꿔야 비로소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이 통찰은 자아 성장을 도울 뿐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를 드러내 줍니다.
- 성격 변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청사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격, 신념, 가치, 그 밖의 여러 요소가 각각의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그 청사진에 트라우마가 더해지면 그 사람은 상처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만 몰두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 상처받게 된 원인을 밝혀낸답시고 자신을 극단적으로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결과 감정적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자아 비판 리스트에 가장 먼저 오르는 대상은 자신의 성격입니다.
감정적 상청가 된 사건을 스스로 분석하면서, 사실은 캐릭터의 긍정적인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단점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많습니다.('너무 우후적이었다, 너무 친절했다, 너무 믿었다.' 등). 예를 들면, 사기를 당한 캐릭터는 친절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버리고, 사람을 믿지 않고 인색하며 냉담한 성격으로 변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가 스스로 만든 이런 특징은 나중에 그의 맹점이 됩니다. 캐릭터는 자신의 변한 성격이 자신을 보호하는 장점이라고 믿지만, 나중에 그 성격 결함으로 인해 삶이 엉망이 된 이후에야 그 변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감정적 상처로 비롯되는 성격 변화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경험은 물론 고약한 경험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교훈으로 캐릭터가 유용한 속성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캐릭터는 상황을 철저히 검토하기 전에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무모하게 뛰어들어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기로 피해를 입은 뒤에는 좀 더 신중한 사람이 되어 어떤 결정, 특히 금전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가 상처에 건강하게 대처해 긍정적인 속성이 형성되는 경우를 그리고 싶다면 이야기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경우라면, 과거의 문제 행동들이 두드러져야 하고, 이런 캐릭터가 변화와 성장을 통해 상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독자들에게 보내야 합니다.
-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트라우마를 겪은 인물은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됩니다. 방어적인 태도가 생기며 예전에 중요했던 것들이 이제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자신이 상처받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평가하고,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목표들은 포기합니다. 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활동에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면 과거에 입은 감정적 상처를 잘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당신의 캐릭터가 그 끔직한 상황에서 지키려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다시 한 번 그것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그것 없이 살겠다고 할 정도로 깊은 상실감을 준 것은 무엇입니까? 캐릭터는 지금 무엇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실제와 같은 욕망과 열망이 있는 입체적인 인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캐릭터들의 절실한 욕구에 부합하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을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 인간관계와 의사소통
감정적 상처는 대부분 캐릭터와 가까운 사람들로 인해 생기고, 캐릭터에게 불안과 불신을 갖게 합니다 .이 상처는 캐릭터의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에도 여향을 미칩니다. 캐릭터는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못 해서 일일이 설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해로운 사람들과 항상 연루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해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모든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 한 사람, 한 집단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하지 않은 인간관계는 감정적인 상처의 직접적인 결과일 수 있습니다.
- 민감한 반응
훌륭한 이야기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감정을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여러 명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캐릭터 각자가 자신들이 겪은 고통에 근거해서 각기 다른 일에 민감한(좋은 방식으로든 나쁜 방식으로든) 감정을 표현합니다. 과거의 경험 중에서 트라우마만큼 강력한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상처를 입었느냐에 따라(자신감을 잃었는가? 가족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는가?) 캐릭터는 특정 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감정적 보호막은 상처를 주는 상황과 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특정한 감정에서 캐릭터를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부모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열 살도 되지 않은 캐릭터를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캐릭터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 관계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캐릭터가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신랑, 신부의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조건 없는 사랑을 본다면, 불신, 질투 혹은 분노의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랑이 듬뿍 담긴 눈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신랑, 신부의 부모를 볼 때는 자신이 받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을 마치 등에 칼이라도 맞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캐릭터가 행복한 행사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면 그의 감정과 그 감정의 원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민감한 반으을 보이는지 알면 부수적인 장점도 얻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생각, 본능적인 느낌, 보디랭귀지, 대화, 행동에 대해 진정성 있게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지점을 자극해야 감정적 반응이 폭발하는지도 어렵지 않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캐릭터의 도덕관
모든 사람은 마음속 깊이 뿌리박힌 도덕적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는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각각의 인물은 나름대로 지키는 규범, 다시 말해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경계선이 있습니다. 캐릭터가 누구에게 어떻게 양육도이었는지가 도덕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감정적 상처는 이 도덕관을 확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 의해 고문당하고, 학대받고, 버려지는 일을 당한다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고 도덕관마저 바뀔 수 있습니다.
또, 아무리 친절하고 사랑이 많은 부모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소년이 자건를 몰다가 다른 사람 차에 우연히 흠집을 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운전자가 소년을 죽도록 때렸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 그 범법자가 곧 풀려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소년의 아버지는 슬픔, 분노, 정의 실현 등으로 복잡해진 감정에서 어떤 행동을 하겠습니까?
도덕관은 캐릭터의 핵심이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기꺼이 하고 어떤 것을 희생하지 규정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캐릭터의 해동은 그의 도덕관을 반영해야 합니다. 도덕관이 바뀌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인과관계를 촘촘히 이어 가며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상처의 후유증 : 사례 연구
앞의 내용을 보았듯이 감정적 상처는 캐릭터의 내면과 행동 방식을 바꾸기도 합니다. 잘못된 믿음이 여러 측면에서 캐릭터를 제한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캐릭터에게 일어나는 근본적인 변화를 사례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파경을 맞은 폴의 결혼 생활로 돌아가서, 상처를 입은 폴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내에게 레즈비언이라고 고백들은 뒤, 폴은 책임 공방(blame game)을 시작했다.[각주:4] 폴은 자신이 충분히 좋은 남편이 아니었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었기 떄문에(잘못된 믿음) 아내가 다른 곳에서 사랑을 찾기 시작했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졌다.
잠시 폴의 입장이 되어 보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믿고, 앞으로도 진정한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게 된 고통을 상상해 보자. 자신에 대한 믿음은 무너졌고,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폴은 불안정의 우물이라는 내면의 추한 장소를 찾아내, 그 우물에서 개인적 결함, 단점, 저질렀던 멍청한 짓 등을 계속 퍼 올리며 자신을 학대한다.
그러다 갑자기 고통 한가운데서 무시무시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이 가슴 아픈 일이 애초부터 일어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면, 다시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폴은 두려움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이러한 거절과 고통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폴의 삶은 앞으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 감정의 요새를 쌓는다.
두려움이 도를 넘기 시작하면서, 폴은 감정적 보호막을 세우게 됩니다. 그 결과 그의 성격, 태도, 행동이 변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폴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낙천적이고 친절한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회의적이며, 사람들의 말을 절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동료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고 느끼면 화를 내며 동료를 들들 볶습니다. 속임수나 협박을 통해 동료가 감추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려 합니다. 직장 내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사실을 눈치챕니다. 결국 직장 상사에게 두 번 주의를 받습니다.
- 인간관계까 흔들린다.
폴은 당연히 인간관계를 꺼리는 사람이 됩니다. 냉담한 사람이 피상적인 관계를 넘어 깊이 있는 관계를 구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폴은 후임자에게 쌀쌀맞게 굴고, 마음을 잘 열지 않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조금 낫지만, 친구들의 말에 숨겨진 의미가 없는 생각하고, 그들의 동기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폴은 사람은 대부분 본심을 숨기고 있고, 따라서 누구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폴은 진지한 관계를 피합니다. 이제 폴이 여성과 맺는 관계는 피상적이고 상호 거래에 입각한 것이거나,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폴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며,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을 선호합니다. 한때 한 여성과 가까워질 수도 있었지만, 폴은 관계를 먼저 끝내 버렸습니다. 상대가 자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끝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두려움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본다.
감정적 고통이 재발할 것이라는 믿음은 개에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개를 마주칠 때마다 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트라우마가 된 사건을 겪은 뒤, 거절과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은 폴의 모든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 폴은 사람들을 믿고, 그들의 말을 신뢰헀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활동과 인간관계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상처가 약화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폴은 일부러 자신의 능력에 비해 형편없는 성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 같은 커다란 목표를 추구하다 실패하면 자신의 단점이 드러나게 되고, 그러면 모든 사람이 자신을 결함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리라고 믿습니다.
감정적인 안전을 추가하며 항상 상처를 피하기 때문에, 폴은 모든 일에 감정적으로 깊이 연루되지 않으려 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끼 기회도 줄어듭니다. 두려움에 직면하거나 맞서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면서, 폴은 개인적인 만족뿐 아니라 중요한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내적 성장의 기회마저 허용하지 않습니다. 폴은 충만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불만과 정체감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폴에게 밝은 구석이 있다면 바로 자신의 아이들을 볼 때입니다. 폴은 될 수 있는 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지금 결속력이 강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언젠가 아이들도 자신을 떠나리라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그 결과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행동화(acting out)한다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각주:5]
- 마음의 구멍이 점점 커진다.
결혼이 파경으로 끝난 뒤 폴은 다시는 연애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하고도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데이트하고, 애정과 소속감이라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욕구는 무시합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럽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일도 즐겁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빠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다시는 다른 사람과 맺지 않기로 맹세했던 관계, 다시 말해 서로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폴은 새 오토바이를 사고,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가고, 값비싼 음식과 술에 탐닉하는 등 다른 것들로 만족을 찾으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구멍으로 인한 불만은 절대 채워지지 않습니다.
- 결핍된 욕구로 인해 변화의 계기가 생긴다.
감정적 보호막이 자리 잡으면, 캐릭터의 성격은 바뀝니다. 균형 잡히고, 행복하고, 충만한 삶으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이 보호막을 극복해야 합니다. 트라우마는 캐릭터에게 생각보다 커다란 영향을 미쳐, 세상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 버리는 캐릭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두려움과 더불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음 깊숙한 곳부터 두려움에 사로잡힌 캐릭터는 어떻게 정상 궤도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캐릭터를 행동하게 만드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후회, 분노, 죄의식, 그리고 정의 ,명예 같은 도덕적 신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두려움과 욕구인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두려움은 주인공을 인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막지만 결핍된 욕구는 행동을 다그치는 강력한 힘입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깊고 강력한 두려움이 행동을 막고 있더라도, 매우 급한 욕구는 캐릭터를 행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내용에서 글쓴이는 이러한 트라우마(감정적 상처)를 극복하거나 해소해주는 중요한 욕구를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이론의 욕구를 근거하여 설명합니다.


욕구 단계설(The Hierarchy of Human Needs)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만든 이론으로, 인간 행동과 그 행동을 일으키는 욕구들에 대한 이론입니다. 다섯 범주로 나뉘는 단계는 가장 급하게 충족시켜야 하는 생리적 욕구로 시작해서, 개인적 성취를 중심으로 한 자아실현 욕구로 끝납니다. 캐릭터의 동기에 관심 있는 작가들을 위해 매슬로의 단계를 피라미드 모양의 시각적 도구로 만들었습니다.

- 생리적 욕구 : 음식, 물, 주거, 수면, 생식 행위 같은 기본적, 원시적 욕구
- 안전 욕구 :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욕구
- 애정과 소속의 욕구 :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경험하고,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며, 친밀감과 사랑을 느끼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픈 욕구
- 존중과 인정의 욕구 : 자신의 공헌에 대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치 평가, 이해, 인정을 받으며, 높은 수준의 자부심, 자존감, 자기 확신을 성취하려는 욕구
- 자아실현 욕구 : 의미 있는 목표를 성취하고, 지식을 추구하며, 정신적 깨달음을 얻거나, 핵심적 가치와 믿음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서 오는 충족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

욕구들은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생리적 욕구가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욕구이며 충족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으로 안전에 대한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었을 떄 인간 혹은 캐릭터는 균형을 되찾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결여는 무언가 상실되었다는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결여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구멍을 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도 강해집니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거나 생명을 위험할 정도가 되면 그 욕구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점심을 건너뛰었다면, 저녁 식사 전까지 그저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째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배고픔은 불편함을 넘어서 반드시 채워야 하는 괴로운 구멍이며, 머리를 떠나지 않는 강박이 됩니다. 그 사람은 이제 도덕이나 윤리 따위는 잊고 음식을 훔치거나, 구걸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수치스러운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상한 음식을 먹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온통 그 결핍된 욕구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부심, 두려움, 자존감, 안전 같은 욕구들은 이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욕구에는 단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욕구를 희생시키는 일은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지만 수입이 불안정한 직업(존중)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안전)을 택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캐릭터는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내가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면 박사 학위를 받는 꿈(자아실현)은 접어 두고, 학교를 떠나 아내를 돌보려 할 것(사랑)입니다. 밥을 한 끼 건너뛰는 것처럼 하나의 욕구보다 다른 욕구를 우선시하는 일은 단기적으로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욕구가 오랫동안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욕구는 더욱 파괴적이게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이 이혼으로 끝나는 것은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은 직장이 직원을 거의 존중해 주지 않거나, 업무상 혹사가 참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의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빨리 도달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그 사람이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유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다른 욕구들에 비해 좀 더 오래 충족시키지 않아도 괜찮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도 무작정 내버려 두면 결국 임계점을 넘게 되어 구멍이 크게 나 버리면, 캐릭터는 어떤 두려움이 있더라도 행동하게 됩니다.
우리의 캐릭터, 폴로 돌아가 보면 폴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인생을 함께 보낼 파트너가 없다는 공허감 떄문에 마음속에 열망이 무시하지 못할 크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 보호막을 친 폴은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에 골치를 썩입니다. 게다가 그는 외롭고, 능력보다 훨씬 못한 성과를 내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폴은 점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좌절감을 겪습니다.
결국, 둘 중 하나의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첫 번째 변화 가능성은 폴이 결핍된 욕구로 인해 일상생활이 더는 견디기 힘들어 공허감의 이유를 알고 싶고, 상황을 바꾸고 싶어할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욕구가 점점 절박해지면서 폴은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러, 마침내 변화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폴이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되면서 지금 살아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독신이며, 재미있고, 진지한 관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여성을 만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에게 진지한 감정이 생기기 전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폴에게 완벽한 상황입니다. 폴은 정말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추구할 것(사랑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너무나 큰 두려움 때문에(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관계를 끊고) 그 사람을 포기할 것인가?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전진하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잘못된 믿음에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가 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캐릭터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익숙하게 여겨지는 안전 지대(comfort zone)에 머물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 때문에 생긴 구멍을 애써 무시하며 일단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 보려 하겠죠. 결국은 캐릭터가 선택해야 할 문제, 곧 작가가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1. '맥락'의 국어사전 뜻은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을 의미하며, 이 책에선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오락이나 흥밋거리가 아닌,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반드시 갖추고 있는 요소, 이야기가 항상 추구해야 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맥락은 우리의 인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 합니다. 삶이 사용 설명서대로 펼쳐지면 참 좋겠지만, 장애물, 도전, 기회는 계속 등장하고, 힘겨운 문제도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릅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패한다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등 늘 생각하며 두려움, 자기 의심, 불안을 느끼며 삽니다.
    하지만 나약해 보일까 두려워 이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 다스리려는 노력을 쏟습니다. 그와 동시에, 더 경험 많고 유능한 누군가가 그런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범적인 예를 찾습니다. 그 예가 바로 '맥락'이며,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라 합니다. [본문으로]
  2. 해로운 인간관계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해를 주는 상대방에 의해 맺게 되는 관계를 말합니다. [본문으로]
  3. 인물호란 이야기가 진행되며 캐릭터, 특히 주인공이 겪는 변화를 가르킵니다. 어떤 이야기가 인물호를 지니고 있으면, 보통 주인공 캐릭터는 천천히, 혹은 급격하게 다른 특성의 인물로 바뀝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물호가 있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뀌지 않는 평면적 인물(flat character)이 아니라, 일종의 성장을 보이는 입체적 인물(round character)입니다. [본문으로]
  4. 책임 공방은 실패한 결과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본문으로]
  5. 행동화란 감정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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