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사전(2) '인물호'
이전 내용이 '트라우마(감정적 상처)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라면, 이번 내용은 '이야기를 만들기에 앞서 캐릭터의 시놉시스 틀'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야기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넘어 '왜' 일어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왜 독자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왜 독자들이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주인공은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모든 이야기에는 캐릭터의 여정을 위한 '틀'이 되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틀이 바로 '외적 이야기(outer story)'입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내적 이야기(inner story)'는 캐릭터가 이야기에서 겪는 변화, 즉 인물호(Character Arc)를 말합니다. 인물호(Character Arc)란 이야기의 줄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등장인물의 변화 또는 ‘내면의 여정’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인물호를 지니고 있으면, 등장인물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변화에 따라 점차 다른 특성의 인물로 변화하는데, 이때 인물의 성격 특성이 전혀 다른 상반된 특성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내적 이야기는 독자들이 실제 세계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고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던져줍니다. 독자들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인 인물호는 세 가지 형식으로 분류됩니다.
- 변화호(The change Arc)
가장 일반적인 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트라우마(그리고 그로 인한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연적인 내적 성장을 겪습니다. 감정적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두려움 없이 목표를 성취하고 충족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 정체호(The static Arc)
액션이 두드러지거나 플롯 중심적인 이야기들에서는 캐릭터의 내적 성장보다 특정한 목표 성취가 강조됩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큰 성장을 하지는 않더라도 작품 속에서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주인공은 기술을 연마하고, 지식을 얻고, 배운 것들을 응용해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극복해야 합니다.
- 실패호(The Failed Arc)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드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실패하고,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죠. 실패호가 이러한 결과를 낳습니다. 캐릭터는 내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만 필요한 변화를 끝내 성취하지 못합니다. 압도적인 두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이루었지만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결국 이야기가 시작된 순간보다 오히려 못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죠. 구원이 곧 손에 닿을 것처럼 보였지만, 감정적 보호막을 떨쳐 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안티 히어로들이 이 길을 걷습니다.
스토리텔링의 네 가지 요소
1. 깊은 열망과 절박함을 만들어 내는 결핍된 욕구(내적 동기)
2.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외적 동기)
3. 캐릭터의 목표를 방해하는 사람이나 힘(외적 갈등)
4. 개인적 성장을 막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두려움, 성격 결함, 잘못된 믿음(내적 갈등)
이 네 요소가 스토리텔링의 핵심입니다. 한 요소라도 없으면 나머지도 힘이 약해지거나, 이야기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삐걱거립니다.
변화호에서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캐릭터는 무언가가 결핍된 상태로 등장합니다. 공허감을 느끼며 무언가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결핍된 욕구입니다. 이야기는 캐릭터가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폴을 예로 들어 보면 아내가 떠나며 폴의 완벽했던 삶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폴의 이야기는 사랑을 되찾으려는 욕구(애정과 소속) 또는 직장에서 중요한 포상을 받으려는 욕구(존중과 인정)가 드러나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두 요소 모두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가 만족감과 충족감을 느끼는 상태로, 다시 말해 결핍된 욕구가 없는 상태로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릭터는 커다란 변화를 맞고 무언가를 뺴앗깁니다. 이제 이야기는 캐릭터가 뺴앗긴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내용이 됩니다. 어떤 가족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외국에서 휴가를 즐기던 가족들은 그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면서 안전한 곳을 찾아 국경을 건너는 위험(안전)을 감수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변화호에서 주인공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꿰뚫어 보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 온갖 고난과 싸우며 이겨내야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며 자신감을 회복한 주인공은 내적으로 성장하여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예외가 있다면 '정체호'를 가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결핍된 특정 욕구와 내적 동기가 분명히 연결되지 않을 수 있고, 내적 갈등도 성공을 가로막고 있어서 극복해야 하는 단점 정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도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기 마련입니다.
캐릭터를 움직이게 만드는 네 가지 요소들과 캐릭터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물호에서 이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록A'를 보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캐릭터가 위축된 자존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성장, 자신감, 희망을 얻는 성공적인 정신적 여정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신을 해방하는 여정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 애쓰는(외적 동기)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가 목표를 추구하는 이유는 어떤 것을 회피하거나 강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입니다(내적 동기).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도중에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고, 캐릭터를 방해하는 사람이나 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외적 갈등). 하지만 캐릭터는 결핍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목표를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조금씩 얻게 됩니다(내적 갈등). 어떤 감정적 상처로 인해 잘못된 믿음이 생겼는지 파악하고, 고통을 피하고 싶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만든 감정적 보호막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음마를 통해 캐릭터는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성공들을 거두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들은 '긍정 오류(false positive)'와 흡사합니다. 캐릭터는 자신을 망가뜨리는 잘못된 믿음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감정적 고통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감정 갑옷도 벗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목표를 이룰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 또한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상황이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바라고 있죠. 1
이야기에서는 캐릭터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최악의 순간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지금까지처럼 작은 승리만 거두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공을 원한다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적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정적 상처와 직면하고, 스스로 만든 잘못된 믿음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두 가지는 반드시 깨달아야 합니다. 첫째, 자신의 상처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 상처가 어떻게 자신을 억압했고, 행복을 가로 막고,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왔는지 인지해야 합니다. 둘째, 자신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좀 더 친절한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행복해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자아관을 바꿉니다. 캐릭터는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제한적 신념을, 자신이 가치 있고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강화 신념(empowering belief)'으로 대체합니다. 이 새롭고 균형 잡힌 시각 덕분에 캐릭터는 모든 자책에서 벗어나게 되며, 잘못된 믿음을 산산조각 내고 진실에 들어섭니다.
감정적 상처와 맞닥뜨리면,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의 행동을 제한해 왔던 잘못된 믿음과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는 희망을 품고, 결단력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온전한 상태를 회복하고, 마음의 중심을 찾고, 진정한 자아를 받아들인 캐릭터는 이제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폴은 아내의 거절이 자신의 탓은 아니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여러모로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는 더는 친밀함이나 사랑을 멀리하지 않습니다. 거절과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를 피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걸 깨닫고 마음의 문을 엽니다. 자신은 좋은 파트너와 행복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새로운 사랑을 찾습니다. 폴은 자신과 아이들이 서로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따라서 일일이 맞춰 주지 않으면 아이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습니다. 직장 생활 역시 바뀌었습니다. 폴은 사람들의 동기와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회사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폴처럼 상처를 극복한 경우라 하더라도,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난 캐릭터는 이제 미지의 심연으로 발을 내디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은 캐릭터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도전에 기꺼이 맞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넘어서려면 새로운 긍정적인 속성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잊힌 속성들을 다시 꺼내 갈고닦으며 자신을 제한하고 있는 부정적인 특징들을 먼저 떨쳐내야 합니다. 캐릭터는 감정적 상처를 주었던 사건과 흡사한 상황을 마주하는 시험을 한 번 더 치를 수도 있지만 새롭게 찾은 힘과 자신감 덕분에 오히려 두려움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이 성공적으로 성격을 변화시키고 목표를 이룬다고 과거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트라우마는 언제나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강화 신념을 받아들인 캐릭터는 이전에는 없던 내적인 힘을 통해 그 상처가 곪아 터지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역경을 뚫고 전진해 나아가는 주인공은 이제 모든 일에 건강하게 대처하며, 충만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긍정적인 특성들을 잘 이용합니다.
치유를 위한 긍정적인 대처법
캐릭터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을 원해야 행동이 바뀔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런 자각 과정은 감정적 상처의 원인을 깨달으면서 시작됩니다. 실패 원인이 습관, 대처 방식, 감정 표출 방법의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방식들이 하루아침에 긍정적으로 바꾸지는 않습니다. 캐릭터에 따라 변화 과정도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캐릭터가 자기 파괴적인 행동과 태도를 벗어나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1단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새로운 현실을 상상한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려면 캐릭터는 우선 지금까지의 대처 방법이 자신에게 오히려 해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는 변화의 주체가 되어 삶을 바꾸게싿는 태도이며, 내면을 들여다 보고 건전하지 못한 패턴을 찾아 바꾸겠다는 용기이기도 합니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고통이 사라진 미래를 상상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됩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면서 내부의 열망을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그 방법을 머릿속에 더 또렷이 그릴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면들을 생각하거나 과거의 실패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캐릭터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해야 새로운 현실에 도달할 수 있는가?'
2단계: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실패는 쓰라린 실망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어떤 일을 시도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변화의 궤도에 들어선 캐릭터는 새롭게 자신을 자각한 덕분에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전망의 기반이 아직은 그다지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이나 실패를 겪어도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먼저 성취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작은 승리들은 자존감을 키우고, 의욕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캐릭터들은 사소한 실패 정도는 극복하고 넘어갈 힘이 있습니다. 작은 성공들을 거듭하다 보면 새롭고 행복한 미래와 그 미래와 관련된 목표들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도 강해질 것입니다.
3단계: 좋은 습관을 지닌다.
캐릭터는 감정적 보호막의 상태에 따라 여러 나쁜 습관들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캐릭터는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충분히 자고,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운동을 하는 등 건강 관리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 주면, 독자들은 캐릭터가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해로운 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려고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모임에 가입하고, 자연을 즐기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창의적인 수단을 통해 감정을 발산하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 주는 예입니다.
4단계: 감정의 낙하산을 챙긴다.
캐릭터가 새로운 태도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성취하겠다고 결심하더라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일시적인 발전을 보여 주는 데서 그칠 생각이 아니라면, 예전처럼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등 부정적인 대처를 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실패호가 아니라면, 캐릭터는 패배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포기하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실망할 때면, 다음과 같은 '차질 생존 기법(setback survival techniques)'을 이용하여 문제와 감정적인 거리를 두고, 다시 전망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차질 생존 기법(setback survival techniques)
- 악순환의 고리를 파악하도록 만들어라.
이미 습관이 된 행동은 쉽게 바꾸기 힘듭니다.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곧 절망의 소용돌이가 캐릭터의 감정을 어두운 곳으로 계속 끌어당깁니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계점을 넘기 전에 캐릭터가 악순환이 벌어지는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제대로 파악한다면, 자신이 상황을 지배하는 적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인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해라.
캐릭터가 문제에만 골몰하게 내버려 두지 말고, 긍정적인 측면을 찾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성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기분도 달라집니다. 게다가 아무리 커다란 문제가 생겼더라도 상황이 지금보다 더 엉망진창일 수도 있었다는 점을 캐릭터가 깨달을 수 있게 합니다.
- 휴식을 취하도록 해라.
캐릭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산책을 하고,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명상하고,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선택할 때는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속도 조절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모든 장면은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장면이어야 합니다.
- 선행을 베풀 상황을 만들어라.
캐릭터가 어떤 장애물 때문에 비관적이 되고, 다시 예전 습관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 기회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집을 수리하는 이웃의 사다리를 잡아 준다든가, 동생의 숙제를 도와준다든가, 자동차에 다른 사람을 태워 주는 행동 같은 것들입니다. 캐릭터는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며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 솔직하게 털어놓게 해라.
떄로는 캐릭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깨에 기대어 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면, 문제의 해결 여부와 상관없이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마음의 짐을 다른 사람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 유머를 이용해라.
유머는 어려움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캐릭터가 상황에 대해 농담을 던지며 자신의 역할을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게 생각한다면 캐릭터의 좌절감은 줄어들고, 이야기 속 다른 캐릭터들과 동지애를 쌓을 수도 있습니다.
5단계: 행동 계획을 세우고 지킨다.
캐릭터가 최종적인 목표를 이루려면 몇몇 단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자신의 어떤 욕구를 충족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상하고, 그 문제를 극복할 방안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아무리 힘겹더라도 자신의 계획을 꿋꿋이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계획에 몰두하는 행동이야말로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캐릭터의 결심을 드러내 줍니다.
악당의 여정
주인공에 대항하는, 갈등을 만들고, 성공을 방해하는 악당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인물호의 관점에서 보면, 악당은 제비를 잘못 뽑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며 악당의 동기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다면, 독자들은 악당이 오직 악을 위해 악을 저지르는, 악 그 자체라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악당에게는 그만큼 설득력 있는 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악당이 여러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악당의 배경, 다시 말해 부정적인 성격이 형성되는 순간을 파고들어야만 합니다. 그 순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행동을 통해 암시만 하고 넘어가기로 했더라도, 작가는 세부적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좀 더 독특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악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변한다.)
또한 표면화되지는 않더라도 악당의 인물호가 주인공의 인물호와 같은 형태를 보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감정적 상처는 잘못된 믿음과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낳고, 그 두려움은 감정 갑옷을 두르게 하고, 그 갑옷 때문에 결핍된 욕구가 생기고, 결국 악당은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됩니다. 하지만 악당은 주인공과 몇 가지 측면에서 다릅니다.
- 결핍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기
주인공과 악당의 첫 번째 커다란 차이는 주인공은 결핍된 욕구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계에 결국 도달하지만, 악당은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3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악당이 자신의 감정적 상처를 직면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해서 그 고통이 오히려 강화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악당의 내면은 더욱 굳어지고, 다시는 그런 상처를 겪지 않으려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악당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결핍된 욕구를 자각하지만, 과거의 고통을 직면하기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사는 편이 낫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상처를 일시적으로 달래 주는 것들만 추구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공허감은 무시해 버립니다. 악당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복수만을 추구하거나, 망설임 없이 끔찍한 일을 저지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악당의 문제 행동이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자신에게 만족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정신적 불균형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악한 행동은 일종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고 평생을 노력한다는 것은 악당에게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일 수 있게 됩니다.
- 자책
자책은 캐릭터의 잘못이 아니었더라도 잘못된 믿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자책에서 벗어나면서 치유가 시작되지만,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들도 있고, 많은 경우 이들이 악당이 됩니다.
어떤 캐릭터는 죄책감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합당한 이유 없이 개인, 조직, 기존 체제 등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이제 이들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당사자에게 복수하려는 목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많은 악당이 처음부터 악인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한 사람에 가까웠던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들은 자신을 속박하는 잘못된 믿음을 꺠부수지 못하고 자기혐오의 어둠 속으로 깊숙이 빠져듭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받아들이며 도덕관이 바뀌고, 결국은 자신의 결핍된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도 못하는 목표를 추구하게 됩니다.
- 잘못된 목표를 추구하다.
결핍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이야기 속 캐릭터의 핵심 목표입니다. 캐릭터는 외적 동기를 달성해야 공허감이 채워진다고 믿는데,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과 악당 모두가 잘못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모습은 점점 변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경로를 바꾸지만, 악당은 자신의 경로에 집착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아이가 음주 운전 뻉소니로 희생되었습니다. 이런 사건을 겪은 부모라면 안전에 대한 욕구가 결핍됩니다. 하지만 성격, 정신적 상태, 그 밖의 많은 다양한 요소들에 따라 캐릭터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은 달랍니다. 법을 집행하는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음주 운전 관련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위한 재활 센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두 긍정적인 목표들이고, 안전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할 만한 선택들입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범인이나 범죄와 연관된 장소를 없애는 것이 세상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아이를 죽인 범인을 스토킹하여 결국 살해하거나, 마을의 모든 술집에 불을 질러 연쇄방화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 살인, 방화는 자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되었기 떄문에 캐릭터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더 큰 범죄를 계속 저지르게 됩니다.
이야기에서 설정된 목표를 위해 캐릭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캐릭터의 도덕관에 따라 다릅니다. 캐릭터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 문제가 주인공과 악당을 가장 분명히 구분해 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도덕적 문제가 있다 싶은 일은 도중에 멈추지만, 악당은 개의치 않고 계속합니다. 악당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주인공보다 훨씬 멀리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도덕관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제자리로 돌아오기란 힘들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악당은 자신에게 결핍된 욕구를 근본적으로 충족하는 길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 악당의 인물호
악당은 보통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자신의 과거를 살펴보거나 극복하는 데 별 관심이 없는 상태로 등장합니다. 악당은 자신의 상처를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그 상처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악당도 있습니다. 그런 악당은 상처 덕분에 자신이 더 강하고 유능해졌다고 생각하고, 이전의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간보다는 지금이 더 낫다고 스스로 이해시킵니다. 자신의 감정적 상처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악당도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는 과거의 고통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상처받고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 구원은 가까이에 있다.
악당은 주인공이 겪는 변화를 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악당을 움직인 촉매제가 있어서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생가을 바꾸는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악당이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욕구가 마침내 충족되거나, 구원 가능한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혹은 악당이 자신의 목표보다 훨씬 커다란 대의에 눈을 뜨면서 개인적인 욕망을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악당이 생각을 바꾸는 이야기라면, 그는 빛의 세계로 되돌아가거나, 자신 내면의 악마를 죽이는데 끝내 실패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입니다.
악당이 속죄를 선택하는 경우, 그 과정은 응축되어 나타납니다.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환하게 불이 켜지는 것처럼,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악당은 어둠에 등을 돌립니다. 이러한 반전에는 자기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라, 흔히 악당이 죽으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악당 역시 과거의 산물입니다.
유전과 선천적 이유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과거에 마주쳤던 부정적인 사람들과 사건의 결과로 현재 모습이 된 인물들이죠. 이야기에 구체적으로 등장시키지 않더라도 악당의 배경과 인물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악한 행동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왜 그 특정한 목표를 선택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악당을 설득력 있게 그릴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배경을 독자들과 일일이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수록 악당의 끔찍하고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더 진정성 있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 긍정오류란 거짓을 진실로 믿는 것을 말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