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리/작법

트라우마 사전(3) '상처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kkulding 2023. 5. 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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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상처의 다양한 종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입니다.

캐릭터의 상처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감정적 상처는 엄청난 파괴력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내면이 아무리 강하고 단단해도, 상처는 그 뿌리부터 뒤흔들기 때문에, 상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찾아내는 일을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쓰면서 캐릭터의 두려움과 상처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보는 작가도 있지만, 그전에 충분한 시간을 내어 주인공의 배경을 철저히 파헤치는 것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을 훨씬 줄여 줍니다.
'캐릭터 브레인스토밍'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캐릭터는 분명한 동기를 가진 입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들이 행동하고, 말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그 원인은 두려움일 수도 있고, 결핍된 욕구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촉매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캐릭터가 원하는 것(외적 동기), 그것을 원하는 이유(내적 동기)는 모두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인물의 어두운 면들을 헤집고 흝으며 그가 경험한 트라우마를 밝혀내야 합니다. 상처를 주었던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정말 아픈 곳과 주제가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의 패턴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캐릭터의 과거가 형제, 자매 간의 경쟁, 최고가 되고 싶은 욕구, 부모의 인정을 받으려고 이룬 성취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캐릭터는 어린 시절에 부모가 조건적으로 준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입니다.
모든 캐릭터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캐릭터의 정체와 역할에 따라 써야 할 양은 달라질 것이고,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 조사해야 하는 양도 달라질 것입니다. 배경은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섬이라고 생각하는 게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이 됩니다. 그럼 그 길들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1. 과거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
불행한 사실이지만, 감정적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보통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캐릭터의 보호자들입니다. 보호자의 학대는 자녀에게 깊은 두려움을 새겨 넣고, 비이성적인 믿음이나 편견을 만들고, 심지어 학대의 악순환이 세대에 걸쳐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매가 질식해 숨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소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훗날 지배적인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 주변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안전하게 지킵니다. 아이의 친구들도 선택해 주고, 대부분의 결정을 대신해 주면서, 자신은 자녀보다 세상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감시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기 마련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혼자서는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런 캐릭터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여러분은 자립하려 애쓰지만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비판에는 과민 반응을 보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부모나 보호자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캐릭터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에 부정적인 흔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성장을 가로막고, 자존감을 훼손하고, 수치심을 안겨 주고, 자신감을 뺴앗아 간 사람이 있을 겁니다. 멘토, 과거의 연인, 절교한 친구,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캐릭터에게 부정적인 교훈을 주거나 나쁜 롤 모델 역할을 하고, 상처를 주었을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떠오를 것입니다. 캐릭터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불쾌한 기억
감정적 상처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속에, 예를 들어 괴로웠던 특정한 시간 속에, 잊을 수 없는 사건에, 완전히 지워 버리고 싶은 순간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 캐릭터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세요. 모든 사람의 과거에는 실수, 실패, 실망, 열등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최대한 알아내야 합니다.
3. 성격 결함
놀라운 유머 감각이 있거나,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물질에 초연한 사람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에 더해, 그 캐릭터는 대단히 신경질적이어서 뜨거웠다가도 냉정하게 돌변해 버리거나, 의도치 않게 분위기를 망쳐 버리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격 결함의 원인을 깊이 파헤쳐야 합니다. 이러한 반응 혹은 과민 반응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는 왜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까? 이런 반응을 불러온 상황을 잘 살펴보면 캐릭터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고, 감정 갑옷의 원인이 된 상처를 브레인스토밍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캐릭터의 치명적인 결함, 다시 말해 캐릭터를 전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적 보호막의 핵심이자,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두려움
사람은 대부분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싫어하고, 경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려움 떄문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더욱 열심히 추구할 때도 있지만, 두려움과 더불어 쏟아지는 불편한 감정들을 느껴야 하기 떄문입니다. 캐릭터는 스스로 직면해야 하는 감정적 상처를 마음 속 깊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주인공이 물을 두려워한다고 설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볼 때마다 긴장합니다. 혹은 여동생이 전화만 하면 가슴이 뜁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그 반응을 파고들며 더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합니다. 두려움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5. 결핍된 욕구
매슬로의 피라미드로 돌아가 캐릭터의 삶에서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살펴봅시다. 캐릭터의 감정적 상처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캐릭터의 결핍된 욕구는 다른 욕구에 희생된 것인가? 아니면 애초부터 없는 욕구인가? 예를 들어, 캐릭터가 '애정과 소속'이라는 특정한 욕구를 회피하고 있다면, 그러한 욕구 없이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캐릭터에 대해 이제 막 파악하기 시작한 단계에서 당장은 어떤 욕구가 결핍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캐릭터가 불만을 느끼는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그가 싫어하고, 회피하거나, 심지어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관련이 있고, 여러분이 캐릭터의 상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외적 동기를 찾아보는 것도 캐릭터의 결핍된 욕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캐릭터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안다면, 캐릭터가 추구하는 대상은 그가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결핍을 가리키고 있기 떄문에 그것을 '왜' 추구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비밀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피하고 죄의식을 안겨 주는 것, 혹은 우리를 상처받기 쉽게 만드는 것들을 감추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비밀도 상처를 감추려는 행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가 어떤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꽁꽁 싸매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 정보는 묻어 두고 싶은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기 마련입니다.
7. 불안
불안은 모든 사람에게 문제입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걱정,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실수를 했다는 걱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는 걱정은 우리의 자존감을 잠식합니다. 캐릭터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인정을 받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러한 상황에서 캐릭터는 결정을 내리기 주저할지, 고감하게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해 캐릭터가 느끼는 의심과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캐릭터가 겪은 부정적인 경험들과 더불어 불안과 의심을 느끼게 만든 원인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8.편견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과 관찰에서 생긴 편견과 부정적인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캐릭터가 가진 왜곡된 관점이나 참기 힘들어하는 인물들, 벗어나고 싶어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에, 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편견을 갖게 된 부정적인 경험을 발견할 것입니다.
9. 과잉 보상
캐릭터가 어떻게 과잉 보상하는지 살펴보면 그의 고통스러운 배경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누군가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까? 다른 관계에 비해 어떤 특정한 관계에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떤 사람에 대해 변명하고, 그 사람의 나쁜 행동을 계속 무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대신 싸워 주면서 그 사람을 끊임없이 '구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과잉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최대한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함께 어울리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중요한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과잉 보상을 하고 있다면, 그런 행동의 원인이 자책이나 두려움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10. 문제 행동
이들은 문제가 있는 감정 보호막 때문에 자기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삶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을 생각해 봅시다. 금전 문제가 있거나 상사와의 빈번한 충돌 때문에 직장 생활에 문제가 있다거나 지나치게 술을 마신다거나 자신도 모르게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하는 등 무작위로 부정적인 행동과 마찰이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캐릭터가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는 방식을 지켜보고 반사적인 반응 혹은 부정적인 대처 기제를 만든 과거의 순간이 언제였는지 차분히 추적해 봐야합니다.


11. 다양한 상처들
인간은 헤아릴 수도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 감정적인 고통을 줍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감정적 상처들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상처는 캐릭터의 배경에 따라 끝없이 모습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선 보편적인 주제에 따라 상처를 몇 가지 범주로 알아보겠습니다. 캐릭터에게 어떤 상처가 어울리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이 내용들을 사용하면 상황 설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배신
이 상처는 주로 가까운 사람 떄문에 생깁니다. 상처를 주는 대상이 캐릭터의 사랑이나 취약점을 악용했다면 이 상처는 특히 극복하기 힘듭니다. 캐릭터가 자신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직감을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감정적 상처로 인해 캐릭터는 배신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캐릭터는 사소한 문제에도 커다란 의미를 두고, 더욱 자신을 보호하거나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람들을 믿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고, 용서는 넘기 힘든 산이 됩니다. 배신한 사람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쓰라린 배신감과 적개심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아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더욱 힘들어집니다.
- 범죄 피해
이 상처는 캐릭터에게 죽음의 두려움, 혹은 고통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음의 평화는 꺠지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는 자신의 차를 훔친 마약 중독자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정부, 사회 제도, 더 나아가 인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과 적개심이 생겨나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환멸도 찾아옵니다. 이 환멸은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사회가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데 대해 캐릭터가 느끼는 실망입니다.
범죄 피해자가 부당하게 자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간당한 여성이 자신이 먼저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거나, 집에 강도가 든 이유가 문을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부당한 자책은 잘못된 믿음의 한 부분이 됩니다.
- 사회적 부정의와 개인적 고난
이런 트라우마를 겪은 캐릭터들은 불평등과 남들과의 차이점에 민감합니다. 자신이 목표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은 캐릭터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고, 신앙을 버리게 하고, 공감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문제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고,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겪은 상처이기 때문에 이 상처는 자책보다는 환멸이나 억울한 감정을 낳습니다.
캐릭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상처 때문에 부수적인 피해를 보거나,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개인적인 고난이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더 커지고, 그 결과 식속히 충족되어야만 하는 욕구가 생깁니다. 그리고 캐릭터는 이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되죠.
- 실패와 실수
여러 상처 중에서도 개인적 실패로 인한 상처가 가장 흔합니다. 이 상처는 깊이 내면화 되어 잘 들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평가는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숨겨 스스로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개인적 실패는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에서 '나 자체가 실수이다'로 생각이 변질되기 때문에 자존감을 낮춥니다. 결국 자신이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벌 받아도 마땅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된 캐릭터는 자신에게 다양한 형태의 벌을 내립니다. 이에 따라 핵심적인 욕구도 영향을 받고, 행복과 충족감은 사라집니다.
또한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얼마나 개인적인 실수였는지, 그리고 누가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심각성이 달라집니다. 캐릭터는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일에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거나, 일어난 일에 대해 완벽 주의적인 과잉 보상을 하기도 합니다.
- 어린 시절의 특별한 상처
모든 상처 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의 특정한 상처는 피해자가 어릴수록 감정적 보호막이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 내면에 가장 커다란 피해를 줍니다. 아이들은 인생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미숙하다 보니 상처에 대해 건강하게 대처하기보다는 문제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생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떤 트라우마는 아직 발달 중인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상처에 대한 대처 능력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 중 배신이라는 요소를 생각해봅시다. 어릴 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캐릭터는 보호자와 이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 주었어야 하는데(어린이는 순수하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문화를 전제했을 때)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배신감은 보호자나 가까운 가족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더 깊게 자리 잡고, 인간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이 외상은 곪아 터지기 전까지 발견하기 힘듭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일수록 해체하기 힘든 감정적 보호막에 켜켜이 둘러싸여 있어서 찾아내기 힘듭니다.
- 예기치 못한 불상사
트라우마를 초래할 만큼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하거나 예상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이런 사건으로 인한 상처는 그 사람이 내적으로 강한지 약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며 이러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보통 그러지 못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은 캐릭터에게 치유하기 힘든 커다란 감정의 구멍을 남겨 놓습니다.
캐릭터는 갑작스럽게 받은 상처 때문에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왜 하필 나에게 일어났을까? 세상이 어떻게 내게 이토록 잔인하게 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돕니다.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죠. 이러한 비이성적인 자책은 자존감을 해치고, 죄책감만 만들 뿐입니다(때에 따라서는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s guilt)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은 사람을 바꾸고 삶에 관한 관심을 잃게 만들며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특히 안전과 관련된 성격과 행동이 극단적으로 바뀌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두렵거나 위험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해리성 장애 증상의 발현을 통해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추체험하는데, 이 증상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몇 시간 혹은 며칠씩 지속되기도 합니다.[각주:1] 캐릭터는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들에 자극을 받고, 트라우마와 관련된 감정이나 생각들을 회피하고, 악몽을 꾸고 수면 장애를 겪으며, 만성적인 과잉 각성 상태로 인해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로 안절부절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책과 죄의식을 포함한 변덕스러운 감정 변화는 흔한 증상이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고립감에 빠지고 취미, 열정에 관한 관심을 잃어버리는 우울증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충격적 사건을 겪었으니 이러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PTSD를 앓는 사람들의 증상은 아주 오랫동안, 심지어는 영구적으로 지속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합니다.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결혼 생활의 파탄, 실직, 폭력, 노숙,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증과 같은 더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후유증들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캐릭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욱 대처할 수 없게 됩니다. 아이들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어른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든 정신적 장애와 마찬가지로 이 증상에 대해서, 그리고 이 증상을 유발하는 환경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PTSD가 드러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일단 캐릭터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이야기 속에서 증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장애와 미관 손상
이 상처는 신체나 정신적 상태가 일반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로 인해 캐릭터가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믿는 데서 비롯됩니다. 주로 사고, 선천적 기형, 질병 혹은 폭력 행위로 인한 문제가 원인입니다. 이러한 상처가 있는 캐릭터는 흔히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하거나 다르다고 느끼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선천적 장애가 아닌 경우 상처는 더욱 깊어집니다.
감정적 상처가 캐릭터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캐릭터들이 이야기에서 마주치는 시련에 따라, 상처를 준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따라, 장애와 손상의 심각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러한 상처가 있는 캐릭터는 대체로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손상을 감추려고 하죠.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생기고,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버림받을까 두려워합니다. 게다가 그들을 배려라고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상처 분류를 보면 상처의 배경이 얼마나 주요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 상처와 그 후유증은 캐릭터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사건이 일어날 떄마다 의심의 씨앗을 뿌립니다. '이 일은 내 잘못인가?' '내 책인가?' 이 의심은 점점 커져 자존감을 잠식합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사한 감정적 고통을 느끼는 순간, 캐릭터가 갖고 있던 두려움과 잘못된 믿음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자기 성장과 자기 수용을 통해서만 세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고, 그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만 비로소 상처의 쓰라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캐릭터가 어떤 고통을 대면하고 극복할지 독자들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캐릭터의 상처와 관련한 배경을 쳬계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캐릭터가 겪은 한 가지 사건 혹은 일련의 사건들을 도표로 만들어 보면 어떤 잘못된 믿음이 등장해서 캐릭터의 자존감을 공격하고, 비뚤어진 세계관을 갖게 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캐릭터의 과거를 설계하는 도표에 대해서는 '부록D'를 참조하길 바랍니다.

별개로 서문의 남은 내용에는 지금까지 공부한 상처들에 대해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이야기 속에서 상처를 행동으로 들어내 독자들의 공감 형성하는 방법', '글을 쓰면서 피해야할 문제들'에 대해 서술되어 있습니다. 뒤의 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꼭 도서를 구매하거나 대여하셔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추체험이란 이전 경험을 다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걸 말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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